비염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코 막힘, 콧물, 재채기가 있으면 모두 비염이라고 부르지만, 비염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 비염은 꽃가루나 집먼지진드기에 반응해 맑은 콧물과 재채기, 눈 가려움이 함께 옵니다. 만성 비염은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채 코 막힘과 끈적한 콧물이 몇 달씩 이어집니다. 그리고 혈관운동성 비염은 뜨겁거나 매운 음식, 찬바람, 에어컨 바람 같은 자극에 코의 신경이 반응해 물 같은 콧물이 흐르는 경우입니다.
감기는 대개 1주쯤 심하고 2주 안에 나아지며 3주째에는 거의 사라집니다. 같은 증상이 몇 주, 몇 달 그대로 이어진다면 감기가 아니라 비염일 가능성이 큽니다.
밥 먹을 때마다 흐르는 물콧물
식사를 시작하면 코에서 물처럼 콧물이 흘러 휴지를 계속 찾게 되는 분들이 계십니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이를 음식 자극에 따른 비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설명하며, 50세 이상에서 흔하다고 안내합니다.
이 경우는 코에 염증이 있기보다 코의 신경이 과하게 반응해서 생깁니다. 그래서 콧물을 만드는 신경 신호를 막는 항콜린 스프레이가 쓰입니다. 식사하기 전에, 찬바람을 맞기 전에 뿌리면 몇 시간 동안 물콧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 스프레이는 처방이 필요한 약입니다. 녹내장이나 전립선비대증이 있는 분은 조심해야 하므로 진료 때 알려 주세요.
염증성 비염의 중심은 코에 뿌리는 약입니다
알레르기 비염과 만성 비염처럼 코 점막에 염증이 있는 경우, 중심이 되는 약은 코에 뿌리는 스테로이드입니다. 하루 만에 뚫리지는 않습니다. 매일 꾸준히 뿌리면 1~2주쯤 지나 코가 편해진 것을 느끼게 되고,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기까지 2주 정도 걸립니다.
정해진 용량으로 매일 써도 효과가 떨어지는 약이 아닙니다. 다만 코피가 날 수 있어, 그럴 때는 의사와 상의해 잠시 쉬었다가 다시 쓰기도 합니다.
반대로 약국에서 파는 코 뚫는 스프레이(혈관수축제)는 10분이면 시원하게 뚫리지만, 5일 넘게 쓰지 마세요. 오래 쓰면 약을 끊었을 때 오히려 더 막히는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먹는 약은 보조, 어르신은 졸리는 약을 조심하세요
많은 분들이 비염이면 먼저 알약을 찾지만, 먹는 약은 보조입니다. 먹는 항히스타민제는 재채기와 콧물이 심한 날 증상을 잠깐 줄이는 용도입니다.
여기서 어르신이 특히 조심하실 것이 있습니다. 졸리는 1세대 항히스타민제를 오래 드시는 것입니다. 미국노인병학회의 기준(Beers 기준)에서도 노인에게 피하도록 권하는 약에 포함됩니다. 졸음과 어지럼, 기억력 저하, 변비, 소변 보기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종합감기약이나 수면 보조제에 들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졸음이 덜한 성분으로는 펙소페나딘, 로라타딘, 세티리진 등이 있습니다. 어떤 약이 맞는지는 드시는 다른 약과 함께 약사나 의사에게 확인하세요. 밤에 코를 고신다면 비염 치료로 줄어들 수 있지만, 수면무호흡이 의심되면 수면다원검사를 받아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