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불면증은 주 3회, 3개월을 기준으로 봅니다
미국 국립심폐혈액연구소(NHLBI)는 불면증을 잠들기 어렵거나, 잠을 유지하기 어렵거나, 수면의 질이 나쁜 상태로 설명합니다. 이런 일이 일주일에 3일 이상, 3개월을 넘게 이어지고 다른 건강 문제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으면 만성 불면증으로 봅니다. 스트레스나 일정, 환경 변화로 생긴 단기 불면은 며칠에서 몇 주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보건복지부 소속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운영하는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에도 같은 기준이 선별 질문으로 실려 있습니다. 잠이 쉽게 들지 않거나 중간에 자주 깨거나 아침에 일찍 깨는 일이 주 3회 이상, 3개월 이상 지속되었는지 묻는 질문입니다. 스스로 진단하지 마시고, 해당된다면 진료실에서 상의해 보세요.
나이가 들면 잠이 달라집니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메드라인플러스의 노화에 따른 수면 변화 항목(2024년 7월 검토)에 따르면, 나이가 들면 총 수면 시간이 그대로이거나 조금 줄어 하룻밤 6.5~7시간 정도가 됩니다. 깊고 꿈 없는 잠에 쓰는 시간은 줄고, 밤에 평균 3~4번 깹니다.
깨는 이유로는 소변을 보러 일어나는 일, 불안, 만성 질환의 통증이나 불편감도 꼽힙니다.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은 노년기 불면증에 신체질환이나 정신질환이 함께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며, 나이 탓으로 넘기지 말고 병원을 찾으라고 안내합니다. 메드라인플러스도 우울 같은 다른 건강 문제가 잠에 영향을 주는지 의료진에게 확인하라고 합니다.
잠을 통제하려는 노력에 대한 학술 설명
2006년 수면의학 리뷰(Sleep Medicine Reviews)에 실린 이론 논문은 정상적인 잠이 비교적 자동으로 일어나는 과정이어서, 한곳에 주의를 모으거나 직접 조절하려는 시도로 억제될 수 있다는 설명 모델을 제안했습니다. 이 모델은 주의, 의도, 노력을 거쳐 불면이 이어진다고 보아 '주의·의도·노력 경로'라고 부릅니다.
다만 이 논문은 가설을 정리한 이론 논문이어서, 애쓰는 것이 불면의 원인이라고 확정한 결론은 아닙니다. 미국 국립심폐혈액연구소는 인지행동치료에 잠들지 못하는 일에 덜 불안해지도록 돕는 인지 치료가 들어 있다고 설명합니다.
학회가 첫 치료로 권고한 인지행동치료
2016년 미국내과학회(ACP)는 내과학회지(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낸 지침에서 만성 불면증이 있는 모든 성인에게 불면증 인지행동치료(CBT-I)를 첫 치료로 받게 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권고 강도는 강함, 근거 수준은 중간이었습니다. 2021년 미국수면의학회(AASM)도 수면의학회지(Journal of Clinical Sleep Medicine)에 낸 지침에서 여러 요소를 묶은 CBT-I를 강한 권고로 제시했습니다.
미국내과학회 지침에서 약은 CBT-I만으로 효과가 없을 때, 단기 사용의 이득과 위험과 비용을 의사와 함께 따져 추가할지 정하라는 약한 권고였습니다.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도 인지행동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치료가 어려울 때 약을 고려하는 순서로 적고 있습니다. 약에 관한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다룹니다.
인지행동치료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나
미국 국립심폐혈액연구소는 CBT-I를 6~8주 치료 계획으로 소개하며 직접 만나거나 전화, 온라인으로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자극 조절은 침대와 잠을 다시 연결하도록 규칙적인 수면과 기상 주기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수면 제한은 침대에서 보내는 시간을 정해 주고 잠이 나아지면 늘리는 방법입니다. 이 밖에 인지 치료, 이완이나 명상 치료, 좋은 수면 습관을 배우는 수면 교육이 있습니다. 미국수면의학회 지침은 수면 위생 교육만 단독 치료로 쓰지 않도록 제안했습니다.
수면 제한과 자극 조절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2013년 한양의학리뷰(Hanyang Medical Reviews)에 실린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교실의 논문에는, 수면 제한은 경련 병력이나 몽유병, 조울증이 있으면 금기이고 낮에 졸리면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잠이 안 올 때 침대 밖으로 나오는 방법도 허약한 고령자는 낙상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따라 하기보다 전문가와 함께 시작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고령자의 수면제 위험과 치료받을 곳
미국노인병학회(AGS)는 2023년 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Geriatrics Society)에 65세 이상이 피하는 편이 좋은 약의 기준(비어스 기준) 개정판을 냈습니다. 이 기준은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을 피하라고 하며(강한 권고), 인지 저하, 섬망, 낙상, 골절, 교통사고 위험이 커진다는 이유를 듭니다. 졸피뎀 같은 Z 약물도 같은 수준으로 피하라고 하는데, 벤조디아제핀과 비슷한 이상 반응이 있고 잠드는 시간과 수면 시간의 개선은 미미하다는 이유입니다.
이 기준은 의사와 환자가 함께 결정하는 과정을 대신하지 않고 돕기 위한 것이라고 학회는 밝힙니다. 지금 드시는 약을 임의로 줄이거나 끊지 마시고, 처방한 의사나 약사와 먼저 상의하세요. 인지행동치료를 받을 수 있는 국내 기관의 공식 목록은 이 글을 쓴 시점에 확인하지 못했으니, 정신건강의학과 등에 진료 가능 여부를 먼저 문의해 보세요.